이 글에는 넷플릭스 들쥐와 원작 웹툰의 결말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원작은 어떤 작품인가
드라마의 원작은 루드비코 작가가 다음과 카카오웹툰에 연재한 웹툰 들쥐다. 영어 제목은 The Rat Trap이다. 자신과 똑같은 얼굴의 인물에게 삶을 빼앗긴 남자가 그 정체를 추적한다는 큰 뼈대는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다만 드라마는 원작의 설정을 상당 부분 새로 짰다. 뼈대는 같지만 인물의 직업, 들쥐의 정체와 동기, 결말의 방향까지 여러 곳이 달라졌다.
주인공 문재의 설정 차이
원작의 문재는 전직 드라마 작가로, 사채를 떼먹고 10년 동안 한 번도 집 밖에 나가지 않은 인물이다. 드라마의 문재는 소설가이고, 은둔 기간도 3년으로 줄었다.
직업이 바뀐 것은 단순한 설정 변경이 아니다. 드라마에서는 문재가 소설가라는 사실이 이야기의 중심 갈등과 직결된다. 작품의 저작권, 남의 글을 훔친 과거라는 테마가 소설가라는 직업을 통해 더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설계되어 있다.
들쥐의 정체와 동기
가장 큰 차이는 들쥐가 누구이며 왜 문재의 삶을 빼앗았는가다.
원작에서 들쥐는 본명이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 인물이다. 사이버 흥신소 말단 직원으로 일하며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들여다보던 중 은둔 생활을 하던 문재를 발견하고 신분을 훔쳤고, 법적으로는 이미 사망 처리된 상태로 살아간다. 그는 ‘들쥐의 집’이라는 자선단체의 대표이기도 한데, 겉으로는 자선단체지만 실제로는 무연고로 생을 마감할 하층민에게 새 신분을 쥐여 주는 대신 그들을 감시하는 조직이다. 문재는 그 표적이 된 경우다. 사회 구조의 그늘을 파고드는 이야기에 가깝다.
드라마는 이 자리를 서유민이라는 인물로 바꿨다. 유민은 문재와 과거에 얽힌 사람이고, 그의 행동은 조직의 사업이 아니라 개인적인 복수에서 나온다. 문재가 저지른 표절과 그로 인해 벌어진 연인의 죽음이 동기다. 원작이 사회적 범죄극이라면 드라마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파고드는 복수극으로 방향을 틀었다.
결말의 방향 차이
두 작품은 인물들의 최후에서도 다르다.
노자는 원작에서 2부 후반 총상을 입고 사망한다. 드라마의 노자는 크게 다치고도 살아남아 도주에 성공하고, 고향으로 향한다. 원작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가 드라마에서는 사라진 셈이다.
들쥐 역시 원작에서는 죽음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드라마에서는 유람선 위 격투 끝에 문재의 칼에 찔린 채 바다로 떨어진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생사가 명확히 확정되지 않는 열린 형태다.
드라마가 바꾼 이유에 대한 해석
원작은 주요 인물이 줄줄이 희생되는 비극적 파국으로 향한다. 드라마는 주변 인물들에게는 비교적 살 길을 열어 주고, 대신 문재에게 정신적인 형벌을 남기는 구조를 택했다.
이 선택은 복수극으로 바뀐 이야기의 성격과 맞물린다. 들쥐의 동기가 개인적 복수라면, 복수의 완성은 문재의 육체적 죽음이 아니라 그가 끝까지 자신의 죄와 마주하게 만드는 것이다. 드라마의 결말이 문재를 살려 두고도 결코 편안하게 놓아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드라마는 원작보다 문재 개인의 책임을 훨씬 무겁게 다룬다. 원작의 문재가 거대한 조직의 표적이 된 사람에 가깝다면, 드라마의 문재는 자신이 저지른 일의 대가를 돌려받는 사람이다. 같은 얼굴을 한 두 남자의 대결이라는 설정은 같아도, 시청자가 문재에게 보내는 감정은 정반대로 달라진다.
원작을 먼저 본 시청자라면 인물이 같아도 전혀 다른 이야기로 느낄 수 있다. 반대로 드라마만 본 시청자에게는 원작이 같은 설정으로 다른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다가올 것이다.